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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KT가 키우는 '넥스트 빅테크'…한국판 자비스에 하늘 나는 택시까지

국내 1위 통신사를 넘어 글로벌 빅테크를 꿈꾸는 SK텔레콤의 미래 먹거리 발굴 노력이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외 선도 기업들과의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도심항공교통(UAM)·양자보안통신 리더십을 굳건히 다지고 있다.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AI 개인비서 '자비스'부터 하늘을 나는 택시까지 우리가 상상하는 먼 훗날의 일상 곳곳에 ICT 기술로 스며드는 것이 회사의 청사진이다. 이를 바탕으로 5년 뒤에는 반도체·배터리 분야와 맞먹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힘 실린 유영상 'AI 컴퍼니' 비전1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024년 조직 개편 계획에는 3대 신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연임에 성공하며 'AI 컴퍼니 도약'이라는 과제를 지속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이에 AI 개인비서와 통신사 특화 LLM(거대언어모델)을 담당하는 'AI서비스사업부'와 '글로벌·AI테크사업부', 주력인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의 AI 전환을 이끄는 'T-B 커스터머사업부', 'T-B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등 4대 사업부 체계를 구축했다.이제 막 탈통신의 출발선에서 발을 뗀 SK텔레콤의 갈 길이 바쁘다. 2028년 연간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가 총액 2위 SK하이닉스와 자리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연간 매출(25조60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AI다. 전체 예상 매출 25조원의 36%에 달하는 9조원을 이정표로 제시했다.SK텔레콤은 통신 등 코어 비즈니스에 AI를 녹이는 'AIX'와 데이터센터·반도체 칩셋 등 'AI 인프라',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를 겨냥한 'AI 서비스'를 3대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지난 9월 정식으로 선보인 AI 개인비서 '에이닷'은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아이폰의 치명적 단점이었던 통화 녹음에 더해 내용의 맥락과 유형을 분석·요약하는 기능으로 출시 직후 애플 앱마켓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국내 최초로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4개 언어를 통화 중에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에이닷 통역콜'까지 추가했다.2016년부터 일찌감치 AI 연구·개발 조직을 만들어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회사의 상징 전략이나 다름없는 '초협력'에도 진심이다.AI 챗봇 '이루다'로 이름을 알린 스캐터랩은 물론 챗GPT로 유명한 오픈AI 출신 직원들이 만든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하는 등 AI 영토를 세계로 넓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어택시 관광 상품 나올까지상을 벗어나 상공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UAM의 심장에도 SK텔레콤의 기술력이 녹아든다.CEO 직속으로 UAM 사업 추진 TF를 꾸리고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국토정보공사와 컨소시업을 구성해 2025년 상용화를 실현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SK텔레콤은 단순 인프라와 솔루션 구축에 그치지 않고 UAM 기체까지 확보하며 경쟁사와 차별화했다.올해 6월 UAM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이하 조비)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약 2%을 품었다. 이에 한국에서 독점으로 기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조비는 내년부터 미국 4개 도시에서 수직 이착륙식 에어택시를 운행할 예정이다.SK텔레콤 관계자는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의 장비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구성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에어택시 예약부터 운항 관제, 연계 서비스까지 통틀어 제공하는 UAM 사업자를 지향한다"고 말했다.아직 수익 모델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이 요금을 내고 타는 형태보다는 관광 상품 등 지자체·기관과 계약을 맺는 방향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철통 보안 통신' 독보적 입지SK텔레콤의 마지막 무기는 양자보안통신이다. 양자컴퓨터의 공격으로부터 통신 전 과정을 보호하기 위해 상호 보완적인 양자키분배기술(QKD)과 양자내성암호(PQC)의 장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통신 보안 기술이다회사는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우리나라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연구에 돌입했다. 2018년에는 세계 1위 양자보안기업 IDQ를 인수하며 독보적 입지에 올랐다.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지만 이미 상품화 성과를 냈다.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셋으로 단말 내 인증 정보와 외장 메모리를 안전하게 암호화하는 회사 전용 모델 '갤럭시 퀀텀'은 올해 네 번째 시리즈가 나왔다.지난 10월에는 구독형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QaaS'를 출시했다.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기업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에 QKD 환경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CP(콘텐츠 공급사)와 고객들을 더 높은 보안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이 밖에도 SK텔레콤은 전기·통신 국제기구인 ITU-T 회의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국제 표준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SK텔레콤 관계자는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 기술에 AI를 더해 AI 컴퍼니로 전환하겠다는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며 "모빌리티 등 통신과 접목해 확장 가능한 빅테크 영역에서도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2.15 07:00
프로야구

'우타 거포' 장종훈·김동주·심정수·우즈, KBO리그 '레전드 40' 선정

'우타 거포' 장종훈·김동주·심정수·타이론 우즈가 KBO리그 40주년 '레전드 40인'에 선정됐다. ‘연습생 신화’ 주인공으로 꼽히는 장종훈의 시작은 레전드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육성선수 신분으로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악착같은 노력으로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1987시즌 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타자의 자질을 내비친 장종훈은 1군에서 맞은 두번째 시즌(1988) 12홈런을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거포 본색을 드러냈다. 이후 2002시즌까지 15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KBO 리그 최초 한 시즌 40홈런, 통산 300홈런 등 굵직한 기록들을 남겼다. 1990시즌부터 1992시즌까지는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KBO리그 타자 최초로 2년 연속(1991·1992시즌) MVP까지 수상했다. 당시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단일 시즌 30홈런·100타점·100득점과 통산 1000득점·1000타점을 최초로 달성하며 독보적인 강타자로 리그를 지배했다. 장종훈은 1999시즌 한화의 최초이자 마지막 우승에 일조했고, 구단 최초 영구결번 선수가 됐다. 장종훈은 전문가 투표에서 135표(69.23점), 팬 투표에서 50만 1585표(9.18점)를 획득, 총 점수 78.41점으로 레전드 순위 10위에 올랐다. 두산의 팀 컬러에 가장 부합하는 타자로 손꼽히는 김동주도 레전드로 선정됐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파워히터’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김동주의 무게감과 파괴력은 프로 입단 후 얻은 '두목곰' 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두산 핵 타선의 중심에 늘 자리했다. 김동주는 데뷔전 1998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11일 무등 해태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괴물 타자'의 등장을 알렸다. 첫 시즌을 24홈런을 쏘아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김동주는 KBO리그 역사상 데뷔 첫해 20홈런을 넘긴 7명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남아있다. 김동주는 3년차였던 2000시즌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우즈, 김동주, 심정수로 구성된 '우동수' 클린업 트리오의 중심에서 2001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등을 이끌며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김동주는 국내 구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잠실야구장에서 첫 장외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홈런은 KBO 공식 기록상 최장거리 홈런인 150m로 기록됐다. 김동주는 전문가 투표에서 92표(47.18점), 팬 투표에서 36만 3457표(6.65점)으로 총 점수 53.83점을 얻어 레전드 순위 29위에 올랐다. ‘헤라클라스’ 심정수는 우람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로 리그에 뚜렷한 임팩트를 남겼다. 심정수는 당시 야구계에서는 아직 낯설었던 웨이트 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하며 거포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다졌다. 홈런 타자로서 자리를 잡아가던 심정수는 2001시즌 현대로 트레이드 된 후 얼굴에 사구를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당하며, 큰 위기를 겪게 된다. 그러나 훗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며 방망이에 불을 뿜기 시작, 최전성기였던 2002~2003시즌에는 국민타자 이승엽과 홈런 레이스 라이벌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KBO 리그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KBO 리그에서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는 심정수를 포함해 이승엽, 박병호 단 3명뿐이다. 화끈한 장타로 현대 시절 왕조 구축에 큰 힘을 보탠 공포의 타자 심정수는 전문가 투표에서 90표(46.15점), 팬 투표에서 24만 8809표(4.56점)를 얻어 총 점수 50.71점으로 레전드 30위로 선정됐다. 우즈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시즌, KBO 리그에 착륙하자마자 리그를 폭격했다. 1998시즌 개막전 경기인 4월 11일 무등 해태 전에서 KBO 리그 최초로 외국인 타자 데뷔 첫 타석 홈런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세우며 강인한 첫인상을 남겼다. 외국인 타자 데뷔 첫 타석 홈런은 단 5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우즈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첫해 42홈런으로 시즌을 마쳤고 홈런 부문을 평정해 1위에 등극, 시즌 MVP로도 선정됐다. 우즈는 KBO 리그에서 활약한 총 5년 동안 174홈런을 기록, 연평균 약 35홈런씩을 쏘아 올리며 외국인 타자로서 유일하게 4시즌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우즈의 통산 174홈런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외국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즈는 전문가 투표에서 71표(36.41점) 팬 투표에서 24만 7116표(4.52점)을 획득, 총 점수 40.93점으로 레전드 40인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안희수 기자 2022.09.12 14:35
야구

의리 대신 도전, 한화의 핫 스토브리그

한화그룹 사훈(社訓)은 ‘신용과 의리’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모기업의 이념을 무척 잘 지켜온 야구단이다. 전임 감독 상당수가 계약 기간을 다 채웠다. 팀 레전드를 확실하게 예우하는 문화도 있다. 영구 결번(35 장종훈, 23 정민철, 21 송진우)도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등 번호 99번도 8년째 비워뒀다. 훗날 한화로 복귀할 때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그런 한화가 올겨울 많이 달라졌다. 정규시즌 종료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변화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도전자’ 자세로 돌아가 새 출발 하는 모양새다.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한 지 두 달째, 한화의 스토브리그는 여전히 뜨겁다. 한화는 시즌이 끝난 뒤 주전급 선수 여러 명과 작별했다. 투수 안영명과 윤규진, 내야수 송광민과 김회성, 외야수 이용규와 최진행 등이 줄줄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한화의 방출 리스트엔 다른 팀에서 탐낼 만한 선수가 여럿 있었다. 실제로 이용규(키움 히어로즈)와 안영명(KT 위즈)은 곧바로 새 팀을 찾았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10위로 처진 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가 팀 주축으로 원활하게 자리 잡는 게 먼저’라는 원칙에 따라 선수단을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코치진 선임도 빠르게 진행했다. 박찬혁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달 16일 부임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모셔오겠다”고 선언했다. 새 대표 취임 5일 만에 정 단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카를로스 수베로 전 MLB 밀워키 브루어스 코치를 만났다. 정 단장은 “수베로 감독은 최종 후보군 중 유명세가 가장 덜한 후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결과 ‘누구보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전문가로 인정받은 점도 구단 방향과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함께하는 3년간 “구단의 육성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려면 새 감독 체제에 최대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와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내년 1월 수베로 감독과 함께 한화에 합류한다. 타격코치 역시 고민 끝에 수베로 감독이 추천한 인물 중 한 명을 뽑기로 했다. 내년 시즌 한화 더그아웃을 4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지키게 된다. 지난해 1군 114경기를 지휘한 최원호 감독대행도 퓨처스(2군) 감독으로 팀에 남는다. 애초 한화는 ‘유망주 집중 육성’ 능력을 기대하고 최 감독을 영입했다. 팀 사정상 한동안 1군을 책임졌지만, 오히려 여러 선수의 능력을 두루 파악하는 기회가 됐다. 정 단장은 “세대교체를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1군과 2군의 소통이 중요하다. 양쪽을 모두 경험한 최 감독이 우리 육성 방침의 훌륭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팀 경기력에 가장 중요한 전력 보강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오른손 투수 정인욱(30)과 14일 육성 선수 계약을 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의 12월이 숨 가쁘게 흘러간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2.15 08:40
야구

[이형석의 리플레이]박찬호·이승엽과 추억…'리틀 야구 출신' 오윤석이 맞은 꿈 같은 하루

소년은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다. 동네 친구들과 야구와 축구, 농구를 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다니던 학교에는 운동부가 없어, 아버지는 '리틀 야구'를 제안했다. 그렇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다. 운동장에 모여 친구들과 야구공을 주고받으며, 그라운드를 마음껏 뛰는 날은 손꼽아 기다렸다. 소년이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제조사가 '꿈나무 야구 교실'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와 '라이언킹' 이승엽이 일일 코치로 참가했다. 그 외에도 박한이와 송승준이 함께 했다고 한다. 이들처럼 프로 선수를 희망한 '야구 꿈나무' 소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감격스러운 하루. KBO 역대 37번째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기록)를 달성한 롯데 오윤석(28)의 유년 시절 뜻깊은 추억이다. 그는 "당시 이승엽 선배님과 따로 사진도 찍었다. 행사에 참석한 대선배님께서 일일 레슨도 해주셨다"며 "'나도 저런 야구 선수가 되어야지'라고 다짐했던 추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꿈 같은 하루'가 또 생겼다. 지난 4일 사직 한화전에서 데뷔 첫 만루 홈런을 포함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1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한 오윤석은 1회 말 첫 타석에서 좌중간 2루타, 2회 말 2사 2루에서는 좌전 적시타를 뽑았다. 3회 말 1사 만루에서 좌월 만루 홈런을 터뜨린 뒤 5회 말 무사 1루에서 가장 어렵다는 3루타를 때려 대기록을 완성했다. 역대 27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 그 가운데서도 오윤석을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포함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5회 이전에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한 건 2017년 6월 7일 정진호(당시 두산) 이후 오윤석이 두 번째다. 일간스포츠는 10월 첫째 주 조아제약 주간 MVP로 오윤석을 선정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상을 받은 그는 "선배님들의 수상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 '내게도 상을 받는 날이 올까?'라고 생각했다. 나와 관계없는 먼 이야기로 여겼는데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라며 "더 열심히 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아직도 내가 달성한 게 맞나 싶을 만큼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반겼다. 대기록 달성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5회 3루타를 칠 때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잠시 후 나도 모르게 울컥해 한동안 머리를 땅에 박았다"고 떠올렸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기록 달성조차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그는 자신이 친 공이 우중간을 가르자 더그아웃에선 '달려~달려~'라는 선배들의 외침을 들었다. 그제야 오윤석은 1루를 돌며 '아~3루타만 추가하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오윤석은 "(팀이 9-3으로 앞서) '여기선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이 악물고 뛰었다"고 전했다. 대기록 달성 전까지 야구팬 사이에서도 '오윤석' 이름 석 자는 낯설었다. 진기록을 작성하면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가문의 영광이다. 그저 신기하다"라며 감격했다. 이어 "지금껏 하루 중 가장 많은 연락을 받은 것 같다"라며 "전화번호 변경 뒤 알려주지 않아 전혀 모르는 번호로도 많은 연락이 오더라"고 웃었다. 2020년 10월 4일. 사이클링 히트는 물론 오윤석이 개인 한 경기 최다안타(5개) 최다 타점(7개)을 기록한 날이기도 하다. 그는 "훗날 내 야구 인생을 돌이켜 보면 10월 4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여겼다. 두 달 전 구단 영상을 통해 '한 경기 3홈런'과 '사이클링 히트' 중 어떤 것을 달성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사이클링 히트를 꼽았다. 그는 "홈런 타자 유형은 아니어서 아마추어 시절부터 사이클링 히트 기록에 욕심이 있었다"라며 "사실 그 질문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도와준 것 같다"라고 웃었다. 자양중으로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엘리트 야구'를 시작한 오윤석은 경기고 3학년 때 롯데 2차 8라운드(전체 59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는 연세대 진학을 택했다. 4년 뒤 다시 참가한 신인 드래프트에선 전혀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오윤석은 "미지명 되자 '고교 졸업 후 프로에 갔어야 했나'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내 기량이 너무 부족해 보였다.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라고 돌아봤다. 롯데가 손을 내밀었다.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2015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상무 야구단 제대 후 지난해 76경기에 출전했다.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타율 0.222(198타수 44안타)로 기대에 못 미쳤다. 퓨처스(2군)에서 올 시즌을 맞은 그는 최근 주전 2루수 안치홍의 부상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가더니 존재감을 키웠다. 6일 현재 46경기에서 타율 0.354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군 분위기를 익히고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은 내가 기대한 것보다 잘해 놀랍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기회를 주신 허문회 감독님을 비롯해 1~2군 코치진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6일 감사의 의미를 담아 1~2군 선수단에 각각 피자 30판씩, 총 60판을 선물했다. 새 가족이 생겨 책임감이 커진 영향도 있다. 오윤석은 지난해 결혼했고, 올해 4월 첫아들을 얻었다. 그는 "우스갯소리로 '분윳값 버프' 덕분이라고도 한다"며 부끄러워했다. 오윤석의 매력은 득점권에서 빛난다. 주자가 있을 때(타율 0.396), 또 그보단 득점권(0.485)에서 성적이 훨씬 좋다. 오윤석은 "나도 신기하다. 사살 아마추어 시절에는 (찬스에서 약해) 주변으로부터 '간이 작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며 "올해는 2군에서 하는 것처럼 냉정하게 판단하며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혹은 특정 상황을 가정하고 연습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또 교체 출장 시 타율(0.214)보다 선발 출장 시 타율(0.374)이 훨씬 포다. 보완점은 수비다. 주 포지션이 2루수인 그는 올해 1루수, 3루수로 나선 적도 있지만 최근 안치홍의 부상으로 선발 기회를 얻고 있다. 242이닝 동안 수비 실책이 5개로 많은 편이다. 그는 "당장 오늘부터라도 더 많이 연습하고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꼽았다. '리틀 야구 선수'로 시작해 육성 선수 입단→백업까지 쉽지 않은 길을 견뎌온 그는 '늦깎이'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오윤석은 차분한 목소리로 "육성 선수로 입단하면서부터 항상 도전자 신분으로 훈련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를 통해 롯데의 주전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라며 "기록 달성으로 느낀 환희는 가라앉히고, 평소처럼 하루하루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2020.10.08 05:35
야구

육성, 수출, 재활용까지 뛰어난 포수 명가 두산

'믿고 쓰는 두산 포수.' 프로야구계엔 이런 말이 있다. 두산 베어스가 워낙 포수를 잘 키우고, 두산 출신 포수가 다른 팀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 수출, 그리고 재활용까지 포수에 관해서는 'KBO리그 넘버원'이 바로 두산이다. SK와 두산은 지난달 29일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두산이 SK에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25)를 내주고 투수 이승진(25)과 포수 권기영(21)을 받는 조건이다. SK는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으로 빠져 포수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트레이드를 하자마자 SK는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30·31일 인천 한화전에 선발출전한 이흥련이 이틀 연속 홈런을 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4연승을 달리면서 8연패에 빠진 한화를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흥련을 내준 김태형 두산 감독은 31일 경기 전 "안타 하나만 치고 수비 잘하면서 조용하게 가면 좋잖아. (30일 경기에서)3안타를 치면 어떻게 해"라면서도 "갔으니까 잘 했으면 좋겠다"고 흐뭇해했다. 두산이 내준 포수를 받아 성공을 거둔 사례은 한둘이 아니다. 진갑용(삼성), 이도형(한화), 최기문(롯데), 용덕한(롯데) 등이 두산에서 트레이드된 뒤 팀에 기여했다. 최근에도 2017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최재훈,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양의지(NC)가 있다. 최재훈은 2018년 한화의 가을 야구를 이끌었고, 양의지는 NC의 재도약을 견인중이다. '포수사관학교' 전통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OB 베어스 창단 당시 대전을 연고지로 쓰다가 2년 뒤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그래서 충청권 선수 지명권에다 서울 지역 선수를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과 1대2로 분배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두산은 공주고 출신 김경문을 영입한 두산은 충암고를 졸업한 조범현까지 데려왔다. 훗날 명감독이 된 두 사람은 현역 시절 뛰어난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OB는 승리포수상까지 줄 정도로 포수에 공을 들였다. '포수 키우기' 전통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확고한 주전 선수가 있어도 뛰어난 포수가 나오면 드래프트에서 지명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기회를 주면서 세대교체를 하고, 베테랑 포수를 다른 팀으로 보냈다. 두산에서 데뷔해 은퇴까지 한 포수는 김태형 감독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다른 구단들이 두산의 포수 육성 능력을 인정하고, 많이 데려갔다. 이흥련은 '육성'이 아닌 '재가공' 사례다. 이흥련은 2013년 삼성에서 데뷔한 선수다. 진갑용과 이지영에 밀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수비능력을 인정받았다. 두산은 2016년 삼성이 내야수 이원석을 FA로 데려가자 보상선수로 이흥련을 찍었다. 이미 양의지, 최재훈, 박세혁 등이 있지만 포수는 많을 수록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4년 뒤 이흥련을 보내면서 좌완 기대주 이승진을 얻었다. 최근에는 '재활용'도 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LG와 FA 계약이 만료된 뒤 방출된 베테랑 정상호(38)와 계약했다. 연봉은 지난해(4억5000만원)보다 크게 줄어든 7000만원. SK 시절에 비해 타격 능력이 떨어지고, 부상도 잦았지만 경험이 풍부해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정상호는 기대대로 주전 박세혁의 백업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12경기에서 타율 0.120에 그쳤지만 투수들을 잘 이끌어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도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0.06.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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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S] "유일한 숨구멍"…'기생충' 지옥에서 터진 新기록들(종합)

바이러스 지옥 속에서도 '기생충'은 전 세계에서 꿋꿋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피해를 온전히 피해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기생충'의 기세는 대단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확산이 현실화 되면서 영화 산업도 침체기에 빠졌다. 버티고 버티던 할리우드도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개봉연기, 촬영중단 등을 줄줄이 결정하며 태세 전환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기생충'은 의미있는 새 소식들을 전해 답답한 분위기 속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이번 주 전해진 소식만 일본과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새 기록, 추가 수상, 그리고 대륙을 넘나드는 인기까지 다시금 확인케 했다. 지난 9일 '기생충'은 일본과 영국에서 또 한번 새 기록을 세웠다. 일본에서는 8일까지 총 수익 40억4716만 엔(한화 약 475억 원)을 거두며 40억 엔을 넘는데 성공했고, 영국에서는 누적 수익 1150만 파운드(약 180억 원)를 나타내며 영국 개봉 외국어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 10일 일본 전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오프닝 스코어 5위로 출발, 2월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4관왕의 새 역사를 쓰면서 일본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개봉 8주만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영화가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것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 달 7일 영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17일만에 영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가 영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기생충'이 최초. '기생충'은 종전 외국어영화 흥행 1위였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1107만 파운드(약 172억 원)를 제치며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글로벌 수익은 총 3000억 원을 넘었다. 13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의 전세계 수익은 2억5351만 달러(약 3090억5467만 원)로 집계됐다. 북미 누적 수익은 5278만4907달러(644억4509만 원). '와호장룡' 1억2810만 달러(1560억 2580만 원), '인생은 아름다워' 5720만 달러(696억6960만 원), '영웅' 5370만 달러(654억660만 원)에 이어 4위다. 이와 함께 '기생충'은 골드더비 필름 디케이드 어워즈(Gold Derby Film Decade Awards)에서 작품상 포함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앙상블상, 외국어영화상까지 총 6관왕을 싹쓸이하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골드더비 필름 디케이드 어워즈는 시상식 판도를 예측하는 베팅 사이트 골드더비닷컴이 개최하는 자체 시상식 중 하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0년간 나온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며 1695명 골드더비닷컴 유저들의 투표 결과로 수상자가 결정된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남우조연상, 앙상블상, 외국어영화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이 중 6개 트로피를 휩쓸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92회 아카데미시상식 오스카 4관왕까지 최정상에 오른 후에도 '기생충'을 향한 영화인들의 찬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기생충'에 대한 관심은 이미 국가와 대륙을 넘나들고 있다. 특히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는 아카데미시상식을 기점으로 재개봉돼 한 달 넘게 상영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영화가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상업적 목적으로 극장 개봉을 한 경우는 '기생충'이 처음이다. 15일 현지 배급사인 한국 IXPE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해 10월 11일 남아공 전체 영화관 약 100개 중 18개에서 처음 개봉했지만 당시에는 하위권을 기록한 채 사라졌다. 하지만 오스타 4관왕 수상 후 다시 스크린에 걸렸고, 현재까지 누적관객수 2만 여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 먼 훗날까지도 회자되고 또 회자될 '기생충'이지만, '기생충'이 탄생한 동시기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는건 분명한 행운이자 추억이다. 코로나19 종식 후 만나게 될 '기생충: 흑백판'은 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객들의 기다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3.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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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단독인터뷰] 단장 정민철과 FA 류현진, "꼭 한화에서 다시 만나자"

"이거 꼭 단장님이랑 계약하고 기념사진 찍는 것 같네요." (류현진) "축하한다! 어디 한화 모자 없어요? 얼른 씌워주고 유니폼도 입혀버리게." (정민철 단장) 유쾌한 사제가 다시 뭉치자 어김없이 웃음꽃이 만발했다. 한화 프런트의 새 리더가 된 정민철(47) 신임 단장과 메이저리그 정상의 투수로 우뚝 선 류현진(32) 얘기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한화 출신 두 '전설'이 2019년의 끝자락에 다시 만났다. 일간스포츠 카메라 앞에 함께 선 두 사람은 마치 막 프리에이전트(FA) 대박 계약을 마친 단장과 특급 투수처럼 화기애애하고 다정해 보였다. 물론 이 두 사람이 실제로 다시 한솥밥을 먹으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그래도 둘은 모처럼만의 동반 인터뷰가 싫지 않은 듯 끊임없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정 단장과 류현진의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한화에 입단한 고졸 신인 류현진은 내로라 하는 KBO 리그의 전설적 투수들과 함께 선수생활을 시작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역대 가장 성공한 왼손 투수의 교과서 송진우, '평생 주무기' 서클체인지업을 전수한 구대성 그리고 역대 오른손 최다승 투수 정민철이다. 안그래도 괴물 같은 재능을 뽐냈던 젊은 투수 류현진은 이글스 역사를 대표하는 투수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보면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무형의 노하우까지 대거 흡수했다. 또 2007년에는 류현진이 17승, 정민철이 12승을 올리면서 한화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15년 차 원투펀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정민철이 2009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동료'가 아닌 '사제' 관계가 됐지만, 워낙 격의 없고 성격이 잘 맞는 사이였기에 둘의 남다른 친분은 꾸준히 이어졌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고 정민철이 MBC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일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2019년은 둘에게 모두 특별한 한 해였다. 정민철은 5년 만에 단장이 돼 친정팀 한화로 돌아왔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대 투수'가 됐다. 7년 간 몸 담은 LA 다저스와의 계약이 끝나고 FA가 된 류현진에게 정 단장이 "지금이라도 우리 팀과 사인하면 안 되냐"고 농담한 이유다. 정 단장은 류현진과 마주 앉자마자 대뜸 "우리 2011년인가 하와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를 때가 기억 나느냐. 그때도 너는 최고 스타여서 어떤 기자분이 야간 훈련 때 '인터뷰 해달라'며 너를 쫓아다니던 기억도 난다"며 웃었고, 류현진 역시 당시가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어 보였다. 그때 '소년 가장'으로 불리던 한화의 절대 에이스는 지금 '야구는 몰라도 류현진은 아는' 국민적 스타로 성장했고, 당시 불펜코치를 맡아 젊은 에이스를 격려하던 정 단장은 어느덧 한화 선수단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유지해 온 두 사람이다. 정 단장이 올해 류현진이 10승 고지를 밟는 모습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 본 인연도 있다. 정 단장은 "현진이의 올스타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미국에 다녀왔는데, 그 직전에 10승이 걸린 샌디에이고전을 직접 봤다"며 "그때 기자실에 앉아 있는데 진짜 손이 떨리더라. 거기까지 갔는데 10승을 못하면 현진이한테 '밥 먹자'는 소리도 차마 못 하고 올 뻔 했다"고 웃었다. 다행히 류현진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전반기 10승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둘은 "10승 다음날 맛있는 식사를 함께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 단장과 류현진의 남다른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류현진에게 아내 배지현 전 MBC 스포츠+ 아나운서를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정 단장이다. 한국 야구 '세기의 커플'은 2년에 걸친 비밀 연애 끝에 지난해 1월 결혼했다. 지금은 그 사랑의 결실인 첫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중이다.정 단장은 "현진이가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3년 내내 '아내를 소개시켜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있다"고 웃으면서 "미국에 가서 보니 역시 제수씨(배지현 전 아나운서)가 눈에 띄게 아름답다는 걸 느끼고 왔다"고 했다. 아내 얘기가 나오자마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 류현진도 "맞다. 정말 예쁘다"고 애처가 면모를 숨기지 않았다. "태명은 그냥 비밀로 남겨두겠다"면서도 "내년 5월 말에 딸이 태어날 예정이다. 아내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고, 딸이 태어나면 더 열심히 야구를 해야할 것 같다"며 또 한 명의 '딸바보' 탄생을 예고했다. 누구보다 서로의 건승을 기원하는 두 사람이다. 류현진은 '정 단장에게 내년 시즌 덕담을 해달라'고 하자 "정말 축하드린다. 일단 임기 내에 가을야구를 꼭 하셨으면 좋겠고, 파이팅하셨으면 좋겠다"며 "몇 년 뒤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꼭 단장님이 높은 곳에 계실 때 한화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물론 정 단장이 "지금 당장이라도 (한화로) 왔으면 좋겠다. 일단 계약서는 준비해뒀다"고 농담하자 폭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정 단장 역시 언젠가 류현진과 다시 한화에 몸담고 싶다는 희망에는 변함이 없다. "일단 대전에 새 야구장이 생길 예정이니 '앞으로 류현진이 던지게 될 마운드'를 잘 체크하도록 하겠다. 우리는 새 야구장에서 2025시즌부터 뛰게 된다"며 류현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언제 다시 입게 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럼 2025년 새 구장 개막전에 등판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농담에 "아직 FA라 그런 얘기는 할 수 없다"고 웃어 넘겼다. 그러나 여전히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한화는 야구선수 류현진에게 '고향'과도 같은 팀이고, 그 팀에 몸 담고 있는 정 단장은 야구를 하면서 만난 가장 소중한 인연 중 하나다. 류현진은 "여러 번 말했듯이 나는 한화로 꼭 돌아올 것이고, 기왕이면 그때도 단장님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단장은 "그때 내가 어떤 자리에 있든, 네 마음 속에 난 언제나 '정 코치님'으로 남고 싶다"고 응수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6년 전처럼 불펜코치와 선수로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어떨까. 일간스포츠가 이같은 가설을 제시하자 류현진은 "앗, 그게 가장 좋다. 그게 최고일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호응했다. "그것도 괜찮다"고 말하는 정 단장의 미소가 어쩐지 난처해 보였을 뿐이다. 어쨌든 류현진이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될 확률은 그가 프로 생활 내내 달았던 등번호와 마찬가지로 99%에 달한다. 한화는 여전히 99번을 그 어떤 선수에게도 주지 않고 빈자리로 남겨 놓았다. 아마도 류현진이 돌아오는 그날, 한화 선수단에는 다시 '99번 선수'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번호는 훗날 정민철의 '23'과 함께 한화의 영구 결번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제 관계를 뛰어 넘은 우정과 의리로 뭉친 정 단장과 류현진이 지금까지보다 더 오랫동안 동행하게 될 것 같은 이유다. 배영은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2019.12.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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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오승환 "류현진의 전성기는 2019년"…류현진 "형, 결혼하세요!"

LA다저스 류현진(왼쪽)과 콜로라도 오승환이 지난해 12월 4일 열린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 참가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시종 기자"류현진의 전성기는 2019년에 올 거예요." (오승환)"승환 형이 빨리 좋은 사람 만나 결혼했으면 좋겠네요." (류현진) 세밑에 오간 훈훈한 덕담. 주인공은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오승환(37·콜로라도)과 류현진(32·LA 다저스)이다. 한국 야구가 낳은 명실상부 최고의 마무리 투수와 선발 투수. 이들은 지난 한 해를 총정리하는 2018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마주 앉았다. KBO 리그 출신 메이저리거로서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투수들답게 위풍당당한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 두 투수에게 2018년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 최고'의 위상을 확인한 한 해였다. 오승환은 지난 10월 3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하면서 한국인 선수 최초로 한·미·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모두 출전하는 새 역사를 아로새겼다. '파이널 보스'라는 별명에 걸맞은 업적이었다.이미 오승환은 한국에서 삼성 소속으로 총 다섯 차례(2005·2006·2011~2013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KBO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277개)와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47개) 기록을 남긴 채 2014년 일본에 진출했고, 그해 한신 마무리 투수로 일본시리즈에서 맹활약했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세 시즌 만인 올해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마침내 빅리그 가을 무대까지 밟는 데 성공했다.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 투수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했다. 류현진은 올해 '국민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정규 시즌 15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를 기록하면서 다저스의 6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다. 포스트시즌에선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팀의 2선발로 활약했고, 한국인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선발 투수로 나서는 기염을 토했다. 류현진은 지난 정규시즌 15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6년 연속 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어진 월드시리즈에서도 팀의 2선발로 활약했다.이전에도 류현진의 발걸음은 그 자체가 신화였다. 한화 소속이던 지난 2013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KBO 리그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다. 포스팅 비용이 무려 2573만7737달러에 달했다. 빅리그 진출 첫해부터 2년 연속 14승을 올리며 날아올랐고, 올해는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이겨 내고 마운드를 지키면서 진정한 '귀환'을 알렸다.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그에게 다저스는 퀄리파잉 오퍼로 특급 선수 대우를 했다. 이 제안을 수락한 류현진은 내년 시즌 연봉 1790만 달러(약 202억원)를 받고 1년 더 다저스에서 뛰게 됐다. 나란히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지는 둘이지만 평소 자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오승환의 소속팀 콜로라도와 류현진의 소속팀 다저스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에 속해 있는데도 그렇다. 오승환이 올 시즌 중반까지 토론토에서 뛴데다, 미국은 너무 넓고 메이저리그 경기 일정은 무척 타이트하다. 오승환은 "경기 일정이 맞을 때만 볼 수 있고, 그것도 내가 LA 원정을 가야 밥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다"며 "콜로라도는 식당이 오후 10시 정도면 다 문을 닫아서 경기 이후 만날 만한 곳이 없다. 밥 먹기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한국 교민이 많은 LA는 그런 의미에서 '천국'이다. 류현진이 단골 식당에 미리 얘기해 놓으면 오승환도 경기 이후 만나 늦은 식사를 함께할 수 있다. 그럴 때 모처럼 회포를 풀고 고충을 나눈다.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도 한국이 많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물론 한국도 오승환과 류현진을 그리워한다. 그들이 KBO 리그를 떠난 지 각각 5년, 6년이 흘렀다. 그사이 둘을 뛰어넘거나 빈자리를 채울 만한 후배 투수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둘 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로 평가받기에 '후계자'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매년 '타고투저' 현상이 계속되는 KBO 리그는 '제2의 오승환'과 '제2의 류현진'이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다.오승환은 "나도 현역 선수인 입장에서 다른 선수들에 대해 얘기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아무래도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 성장이 더디다 보니 타고투저가 계속되는 것 같다"며 "현진이가 한국에서 뛸 때만 해도 각 팀 1~2 선발들은 막강했는데, 지금은 그런 선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 성장이 조금 정체돼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그렇다고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를 단순 비교하면서 한탄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메이저리그식' 훈련 방식을 따르는 것도 옳지 않다. 오승환은 "서양 선수와 아시아 선수는 일단 타고난 신체 조건이나 힘부터 다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배우는 투구 폼이 있는데, 서양 선수들은 그 폼을 무시하고 던져도 시속 160km가 나온다"며 "미국 선수와 한국·일본 선수를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미 한국의 트레이닝 코치들이 미국에서 배워 와 한국 선수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고, 무엇보다 선수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에게 맞는 훈련 방법을 잘 찾아서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선배로서 조언했다. 오승환과 류현진은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을 이뤄 내면서 황금기를 보내던 시절이다. 둘은 "해외에 있다 보면 국내 선수들과 함께 뛰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든다. 대표팀은 선수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팀이 절대 아니니까 더 영광스러운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아직 기회는 더 있다. 2021년 3월에 열리는 제5회 WBC다. 2년 뒤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해 호투하고 오승환이 그 승리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류현진은 지난 두 번의 WBC엔 참가하지 못했다. 2013년엔 다저스와 계약 후 첫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치러야 했고, 2017년엔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었다. 류현진은 "한동안 국가대표팀에서 뛰지 못했지만, 2021년 WBC에는 걸림돌이 아무것도 없다. 불러만 주신다면 꼭 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오승환은 그야말로 WBC 터줏대감이다. 1회부터 4회 대회까지 모두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다. 특히 안방(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4회 대회 때는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대표팀 안에서 한국 야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 줬다. 당시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오승환은 2021년 WBC 얘기가 나오자 "우선 그때 실력이 돼야 대표팀에 뽑히는 것 아닌가. 현진이가 가야 하고, 나는 가 봐야 1이닝 정도밖에 못 던진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내가 한 번 더 나가게 되면 전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승환과 류현진은 이미 '전설'이다. 지금은 해외에서 기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KBO 리그로 돌아와야 할 인재다. 선수로서는 물론이고, 지도자로서도 그렇다. 그들은 은퇴 이후 야구 감독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봤을까. 류현진은 "감독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먼 훗날 언젠가는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며 "(프로 첫 사령탑인) 김인식 감독님 같은 지도자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오승환 역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전제하에 "잠깐씩이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도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나. KBO까지 세 리그의 좋았던 부분만을 선수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다양한 선수들을 현장에서 보고 같이 운동하면서 지켜봤기 때문에 (한국의) 후배 선수들에게 많이 얘기해 주고 도움을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류현진은 얼마 전 "2019년엔 20승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늘 꾸준히 '10승'을 목표로 하던 류현진이 KBO에서도 못해 본 20승을 새 시즌 희망으로 언급한 이유가 있다. 그는 "20승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한 것인데 너무 부담스러워졌다"고 웃으며 "그동안 아파서 많이 못 던졌으니, 내년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조건 아프지 않고 많이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꾸준히 경기에 나가서 잘 던지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마무리 투수로서 웬만한 역사는 다 써 본 오승환은 역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던지는 것"이 첫 번째 소망이다. '이제 이룰 건 다 이루지 않았냐'는 말에는 "아직 골든글러브는 못 타 봤다"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순수 구원투수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사례는 역대 단 세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승환이 KBO 리그에 복귀한다면 또다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는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언제든 한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이제 두 투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2019년은 둘 모두에게 중요하다. 오승환은 소속팀 콜로라도와 계약이 만료되고, 류현진은 FA를 앞두고 있다. 서로에게 2019년 새해 덕담을 들려 달라고 했다. 오승환은 "현진이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다. "몸만 아프지 않으면 워낙 검증된 선수 아닌가. 이제 부상을 완전히 떨쳐 낸 것 같다"며 "내년엔 현진이에게 최전성기 시즌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희망이 아닌 '확신'이었다.류현진도 화답했다. 배지현 전 MBC SPORTS+ 아나운서와 결혼한 후 "아내의 내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던 그다. 오승환을 향해 "형이 좋은 분과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오승환은 "난 이미 늦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배영은·이형석 기자 2019.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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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김인식 "아프지 않고 오래" 류현진 "늘 감사한 감독님"

"제일 중요한 건 안 아프고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거야."(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류현진·LA 다저스) '특별한 사제지간' 김인식(72) 전 국가대표 감독과 류현진(32)이 희망찬 2019년을 응원했다.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활약하는 모습을 바랐고, 류현진은 승리 이후 더 많은 안부 전화를 다짐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두 사람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신인 류현진은 18승6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괴물 투수’의 등장을 알렸다. 당시 류현진이 몸담고 있던 한화 사령탑이 바로 김 전 감독이었다. 류현진이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게 된 출발점. 김 전 감독의 선수 보는 안목과 류현진의 재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류현진은 "감독님과 함께해 정말 좋았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시절이다"라고 떠올린다.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2018년 1월 5일 류현진과 배지현 전 아나운서의 결혼식 주례는 김인식 전 감독이 맡았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앞두고 류현진은 주례로 김인식 전 감독을 떠올렸고, 그동안 선수 결혼식 주례를 맡아 본 적 없던 김 전 감독은 결국 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주례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김 전 감독은 허허 웃었다. '몸'은 멀어졌지만 그만큼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변함없다. 류현진은 귀국 이후, 출국 전에 꼭 김 전 감독을 모셔 식사를 함께한다. 경기 이후에 안부 및 감사 전화를 잊지 않는다.김인식 감독은 그런 류현진의 전화를 기다린다. 지난해 1월 류현진의 결혼식 주례 때 "올해에는 15번 정도 (승리해) 전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현진이 매 경기 승리 이후에 전화를 걸어 왔던 만큼 가정을 꾸린 2018년에는 더 많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것이다. 김인식 전 감독은 "(류)현진이의 등판은 매번 TV 중계를 통해 라이브로 시청한다"고 했다. 류현진은 "항상 챙겨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나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더 많이 알고 있어 놀랍다"고 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일찌감치 류현진의 성공을 확신했다. 김 전 감독은 "(류)현진이가 미국에 진출한 뒤 ’올해 몇 승 할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 데릭 홀랜드(샌프란시스코)가 생각났다. 같은 좌완 투수에 나이도 현진이와 비슷하다"고 회상했다. 홀랜드는 2011~2013년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다. 류현진은 김인식 전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함께하고, 닮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다시 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냐'라는 질문에 "(김인식) 감독님이 (대표팀을) 하시면 100% 나가겠다"고 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나는 떠난 사람이다"면서도 기분만은 싫지 않은 듯 식사 자리를 통틀어 가장 크게 웃었다. 류현진은 지난 두 번의 WBC엔 참가하지 못했다. 2013년엔 다저스와 계약 후 첫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치러야 했고, 2017년엔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었다.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거가 참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 류현진은 대회 시기와 기간 등을 고려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걸림돌이 없네"라고 덧붙였다. 또한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기회가 생긴다면 김인식 감독님 같은 사령탑이 되고 싶다"고 먼 훗날을 이야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늘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가 기특하다. 그래서 걱정하며 당부한다. 김인식 전 감독은 "물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던지겠지만 먼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아프지 않고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개인 기록과 성적도 따라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한다. 류현진도 "그동안 많이 아팠으니 안 아프고 싶다. 그래서 많이 던지고 싶다"고 했다. 이형석 기자 2019.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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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8건·이적생 27명' 2017 트레이드 손익계산서는?

트레이드가 풍년을 이뤘다. 이제는 확실하게 수확해야 할 시기다.KBO 리그가 7월 31일 자로 올 시즌 전력 보강을 끝냈다. 선수 계약 양도·양수가 마감됐다. 올해 첫날부터 마감일까지 7개월간 성사된 트레이드는 총 9건. 이 가운데 웨이버 공시로 인한 선수 양도(5월 16일 삼성 외야수 이상훈 웨이버 공시 후 kt 입단·이적료 300만원 발생)를 제외하면, 실제로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은 트레이드는 총 8건 나왔다. 이 여덟 번의 트레이드로 선수 27명이 소속팀을 옮겼다.갈수록 활기를 띤다. 2011년 이후 가장 트레이드 규모가 컸던 2015년(6건·31명 이적)보다 인원은 줄었지만 건수는 더 많다. 지난해(7건·12명 이적)와 비교해도 훨씬 다양한 시장이 열렸다. 과거 한때 위축됐던 트레이드 시장이 다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올해는 2015년 롯데와 kt의 4 대 5 트레이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이동한 케이스도 나왔다. 4월 7일 SK와 KIA가 한꺼번에 선수 8명을 움직이는 4 대 4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트레이드 이후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손익계산'이다. 어느 쪽이 이익을 얻고 어느 쪽이 손해를 봤는지 평가하기 바쁘다. 그러나 진짜 승패는 단기간에 갈리지 않는다. 당장은 한 팀이 이득을 본 것 같아도, 이듬해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요즘 부쩍 늘어난 유망주 트레이드라면 더 그렇다. 때로는 트레이드 전면에 나섰던 '1번 카드'들보다 이들에 가려졌던 2번, 3번 카드들이 훗날 진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그래도 올해 트레이드를 통해 가장 확실한 수확을 올린 팀은 분명해 보인다. 1위를 달리고 있는 KIA다. SK와 4 대 4 트레이드로 데려온 외야수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이 팀에 가장 필요했던 부분을 제대로 메웠다. 이명기는 리드오프이자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면서 7월까지 타율 0.332 홈런 7개 51타점 59득점을 기록했다. 김민식은 주전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불안했던 KIA 안방에 안정감을 줬다. 단연 KIA가 최대 수혜자다.트레이드 마감일에 성사된 넥센과 2 대 2 트레이드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IA는 트레이드로 채운 선수들과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의 영입으로 우승 전력을 구축했다. 다만 불펜이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넥센 마무리 투수였던 김세현을 영입했다. 한화는 '선택과 집중'에 성공했다. 단 한 건의 트레이드로 현재와 미래를 모두 대비했다. 4월 17일 두산과 트레이드를 통해 20대 포수 최재훈을 데려왔다. 10개 구단 최고 백업 포수로 꼽혔던 선수다. 거포 유망주 신성현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고령화된 안방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NC는 개막 전 넥센에서 데려온 강윤구를 1군 전력으로 쏠쏠하게 활용했다. 강윤구는 7월까지 1군 19경기에서 35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하고 있다. kt 역시 넥센 4번 타자로 활약하던 거포 윤석민을 보강했다. 넥센에 왼손 투수 정대현과 서의태를 내주고 타선을 보강했다. 윤석민은 이적 후 제 몫을 하고 있다. 다만 다른 선수들이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한다.넥센은 올 시즌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파격적인 선택을 한 팀이다. 1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내주고 2군에서 주로 뛰던 선수들을 데려왔다. 특징은 대부분이 왼손 투수라는 점이다. 올해 넥센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 6명은 모두 투수. 이 가운데 강윤구와 맞바꾼 김한결을 제외하면 김성민·서의태·손동욱·이승호·정대현까지 5명이 모두 좌완이다. 그중에선 김성민만 1군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김성민은 시즌 초반의 선발 로테이션이 부상으로 줄줄이 붕괴된 넥센 마운드에 확실한 구원군이 돼 줬다. 다른 투수들은 아직까지는 넥센의 '미래'로만 기대를 받고 있다. 김세현을 보내고 받아 온 이승호는 올해 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SK는 올해 두 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지만 아직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데려온 선수들보다 보낸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성민 대신 영입한 김택형 역시 수술 후 재활 중인 왼손 유망주다. 어차피 올해 쓰지 못할 선수라는 점을 알고 영입했다. 넥센이 모아 온 왼손 유망주들과 SK가 점찍은 김택형이 향후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손익계산서'가 완성된다. 배영은 기자 2017.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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